더킴로펌 김형석 대표변호사
1.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대금 분쟁 갈수록 늘어나
공사대금을 둘러싼 발주처와 건설사 간의 분쟁 사례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KT는 쌍용건설과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 967억 원 규모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코로나19의 악재로 인해 원자재가 해외로부터 제대로 수급되지 않아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해 171억 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였다. 이후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통해 협상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최근 KT가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포스코이앤씨도 송도신도시 국제업무단지 건설 도중 설계변경 등으로 100억 원 규모의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롯데건설도 서울 송파구 거여2-1구역 재개발조합과 107억 원의 공사대금소송을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과는 83억 원의 공사대금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내 굴지의 내노라하는 건설사들도 사정이 어려워 공사대금 소송을 하고 있기에, 이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일하는 중소 건설사들의 사정은 더욱더 심각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는데, 지방의 중견건설사들도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얼마 전 대법원은 건설사에 유리한 판결을 선고하여, 건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 大法 :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무효!
이번 대법원판결 역시 공사대금분쟁이다.
부산의 한 교회가 시공사에 제기한 선급금반환청구에 대해 2심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시공사의 귀책 사유 없이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어지는 사이 철근가격이 두배가량 상승했는데, 이를 도금 금액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시공사)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무효로 판단하였다.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란, 시공사가 착공 후 추가 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도급 계약상의특약사항으로, 시행사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외부 요인에 대한 부담을 시공사에게 전가하게 된다.
쉽게 말해, A 건설사가 B 건설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일정 부분 일을 맡기고 계약 이후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해 추가 공사비가 필요한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시행사인 B 건설사가 알아서 감당하라는 내용이다.
우리 법원은 그동안 계약 준수 의무를 강조하며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해 왔는데, 이번 대법원판결은 공사비 상승 부담을 건설사 등 수급인이 모두 떠안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판결로,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이기에 향후 건설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3.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해당하면, 불공정 조항으로 무효
이번 판결에서 2심 법원인 부산고등법원과 대법원이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무효로 본 이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
1.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2. 계약체결 이후 공사내용의 변경에 따른 계약기간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3. 도급계약의 형태, 건설공사의 내용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계약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
4. 계약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인 정함이 없거나 당사자 간 이견이 있을 경우 계약내용을 일방의 의사에 따라 정함으로써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 경우
5. 계약불이행에 따른 당사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과도하게 경감하거나 가중하여 정함으로써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 경우
6. 「민법」 등 관계 법령에서 인정하고 있는 상대방의 권리를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따라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가 된다.
4. 공사대금 소송! 건설전문변호사의 개별적 검토 필요
그런데, 이번 대법원판결을 통해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전면적으로 무효라고 여겨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에서는 시행사에 일정 부분 귀책사유가 있었던 점 등 특별히 검토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하도급계약 체결 이후 불거진 공사대금 소송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결국,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도급소송, 건설소송, 공사대금 등을 주로 하는 건설전문변호사와의 1:1 상담이 필요하다.
한편, 최근 국토교통부 역시 원자잿값 상승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서 착공 후 공사비 조정을 한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어, 행정부와 사법부 모두 건설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공사대금을 둘러싼 발주처와 건설사, 시공사와 시행사 간의 법정 다툼이 그 어느 때보다 많고,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분쟁 역시 많기에 향후 공사대금 관련 소송이 증가할 것은 명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