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왜 대기업 규제를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에 근거하여 기업집단 규제를 사전적·사후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법을 운용하는 다른 시장경제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제라서 일반인 입장에서는 “왜 이러한 규제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규제를 직접 받고 있는 대기업들은 규제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 발생을 이유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대기업 규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집단은 60년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가주도의 수출지향형 개발모델을 채택하면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경제력을 의도적으로 집중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이러한 대외지향의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모델은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어 6.25 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었던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대열로 이끄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이 대기업집단 중심의 경제운용은 대기업집단에 지나친 경제력집중을 가져 와서 그 폐해가 경제력집중 본연의 효율성을 넘어서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내 개별시장에서는 시장집중으로 독과점이 형성되었고 다른 측면으로는 왜곡된 지배집중으로 인해 총수 일가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훨씬 넘는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즉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 문제는 경제개발과정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고유한 문제로서 다른 시장경제 국가 대기업의 경우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므로 단순히 대기업집단 규제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옳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사전적 규제인 출자규제와 행태규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국한하고 있다.(사후적 규제인 공시의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다) 근래의 출자규제는 기업집단 내 상호출자가 많이 해소된 점이 반영되어 기업집단내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금년 10월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제도취지에 따라 금융·보험사들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공정위가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행태규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내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금지하는 것인데 과거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통해 여신을 쉽게 받으면서 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시행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총수익스왑(TRS: Total Return Swap) 거래를 통해 기업집단내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등을 다른 계열사가 TRS거래를 통해 실질적으로 채무보증을 하는 우회적 행태가 문제가 되고 있어 공정위가 특히 이를 중점으로 감시하고 있는 점도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