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그리고 법: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를 마주한 변호사의 시선
법정은 증거와 논리로 구축된 견고한 ‘믿음의 체계’다. 변호사는 그 체계 안에서 의뢰인의 삶을 변호하고, 때로는 사회가 규정한 제도라는 틀 속에서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인다. 5월의 찬란한 연휴,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대규모 개인전은, 매일 제도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변호사들에게 아주 특별한 질문을 던진다.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사진출처: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1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자연사› 연작.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에 박제된 동물들은 기괴하면서도 엄숙하다. 차가운 유리벽 너머의 생명체는 마치 법전 속에 박제된 수많은 판례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변호사에게 그 광경은 낯설지 않다. 사실관계라는 수조 속에 박제된 인간의 욕망과 고통을 매일 목격하기 때문이다.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사진출처: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1
허스트가 평생을 바쳐 탐구해 온 ‘죽음과 영생’, 그리고 ‘과학과 의학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은 법조인이 마주하는 ‘법과 정의에 대한 사회적 갈등’과 묘하게 겹쳐진다. 8,1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앞에 서면, 변호사는 가치와 시장 논리가 충돌하는 자본주의적 현실과 그 이면의 인간적 본질을 동시에 응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백미는 화려한 도발 뒤에 숨겨진 ‹벚꽃› 연작 이후의 미공개 최신작들이다. 이미 벚꽃이 지고 짙은 녹음이 내려앉은 5월의 삼청동 거리와 달리, 미술관 안에서는 허스트가 캔버스 위에 피워낸 영원한 벚꽃이 생의 환희를 노래한다. 실제의 꽃은 덧없이 지고 말았지만, 역설적으로 작가가 창조해낸 강렬한 색채의 향연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웅변한다. 날 선 논리로 무장했던 변호사의 시선이 부드럽게 풀리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고 승소의 로직을 짜던 머릿속은, 계절을 잊게 만드는 예술의 거대한 담론 앞에서 비로소 고요한 휴식을 얻는다.

미술관을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길, 방금 마주한 허스트의 강렬한 이미지들이 잔상처럼 남는다. 변호사에게 5월의 이 전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믿음의 체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의 태도를 빌려, 스스로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점검하는 ‘지적인 고립’의 시간이다.
미술관을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길, 방금 마주한 허스트의 강렬한 이미지들이 잔상처럼 남는다. 변호사에게 5월의 이 전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믿음의 체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의 태도를 빌려, 스스로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점검하는 ‘지적인 고립’의 시간이다.
다시 서초동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의 수트 주머니에는 허스트가 던진 질문 하나가 담겨 있을 것이다. “당신이 믿고 있는 그 제도는 진정 인간을 향하고 있는가.” 예술이 준 이 묵직한 통찰은, 5월의 햇살보다 더 오랫동안 변호사의 가슴 속에 머물며 내일의 변론을 더 깊게 만들 것이다.
유리 수조 속 박제된 생명 곁에서 삶의 찬란함을 역설하는 데이미언 허스트. 그가 던진 ‘믿음’에 관한 질문은, 5월의 연휴를 지나 다시 법정으로 향할 변호사의 가슴 속에 가장 날카롭고도 우아한 영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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